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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택

2008.04.16 10:59

천서봉 조회 수:386




'첫사랑이 끝났다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책에선가 본 글이 문득 생각나는 아침.
그런 아침이 있다.
하루 종일 입 속에서 맴도는
언제쯤 불렀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유행가가 있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어떤 사건이
정확히 지목할 수 없는 머리의 어떤 부분을 점령하고
일일천하를 꿈꾸는, 그런 날이 있다.

한동안, 한동안이라해도 좋을까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같은 공포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끝나버린 첫사랑처럼,
그 뒤에 웅크린, 추억이라는 거대한 괴물처럼.
사실 시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거라 생각했다.
혹은 가장 소외된 의식을 관념적 가치와 겹쳐놓기.
그런데, 그런데 도무지 그 무의식을 감지할 수조차 없는 날들이
끝나버린 첫사랑처럼... 그랬다.

그리하여,
그 짧고도 긴 터널을 건너서
왜 하필 그 유행가가 오늘 문득 내 입속에서 계속 맴도는지
문득 생각난 '문구'들은 아직 내게 알려줄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건지
잊혀진 첫사랑쯤 이젠 그냥 흥얼거려도 좋다는 건지
두번째 사랑도 만만치 않겠다는 건지
몽롱한 봄날 아침.

봄날 아침에 당신에게 전하는 밑도 끝도 없는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