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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분기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2006.12.12 14:23

윤성택 조회 수:25245 추천:65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6년 제4분기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선정 작품


        농협창고

        제 안을 스스로 까맣게 비워버렸다는 듯
        창문 대신 덧대 박은 녹슨 함석을 걸어놓고
        면사무소 옆 삼각지붕으로 서 있다
        가로지른 자물쇠가 붙어 있는
        벽들은 전국 어딜 가도 같은 누런색이다
        인근 간판이 바뀌거나
        낡은 집이 헐릴지라도 시간과 무관한 듯
        한낮 창고 위 풍향계는 쉴새없이 돈다
        깜깜한 내부 섬광처럼 뚫려 있는 못구멍들,
        먼지의 환영이 내밀하게 가라앉는 그곳은
        어둠보다 깊은 버뮤다 삼각지대 같다
        사라진 빛들이 창고에서 창고로 이동하며
        앞문으로 들어선 소년이 청년이 되어 나오고
        뒷문으로 머리띠를 두른 노인이 걸어나온다  
        전송되는 것은 세월뿐 아니어서
        그 많던 포대는 시간의 벽을 통과해
        몇 년 전이나 몇 년 후로 쌓여 있다
        '결사'라는 붉고 서늘한 벽화를 보며
        나는 죽음까지 관통하는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다시는 열릴 것 같지 않은 자물쇠 너머
        한사코 그 안을 들여다본 것인데
        터널 같은 그늘에서 쩍쩍 금이 뻗는다


- 2006년 《실천문학》가을호 발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 이하 예술위)와 문예지우수작품지원추진단(단장 서영채, 이하 추진단)은 12월 11일 2006년 제4분기 문예지게재우수작품 지원대상작을 발표했다. 문예지우수작품지원사업은 문예지를 통해 발표된 작품 중 분기별로 우수작품을 선정하여, 문예지에서 지불하는 것과 별도의 지원금을 작가에게 직접 지급하여 기성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나아가 미래의 작가들에게도 문학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자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되어왔다.

2006년 제4분기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지원사업은 2006년 7월부터 9월까지(월간지 7, 8, 9월호, 계간지 가을호, 반년간지 하반기호 중 발행일이 7월부터 9월까지인 경우) 발표된 시(시조 포함)와 소설 및 동시와 동화를 대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