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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시집《리트머스》(문학동네)에 들어 있는 ‘산동네의 밤’ 시가

2014년 6월 고2 전국연합 모의고사 국어 B형 시험문제(31~33번)로

출제되었다고 합니다.


전국 고등학생 2학년 몇 십만 명이 동시에

제 시를 읽은 것이지요.

모쪼록 덕분입니다.


yun2014.jpeg




(그런데,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맞춰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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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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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 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 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 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 박용래, 「월훈(月暈)」-

*허방다리 : 함정으로 판 구덩이.

*월훈 : 달무리.


(나) 춥다, ㉠웅크린 채 서로를 맞대고 있는

집들이 작은 창으로 불씨를 품고 있었다.

가로등은 언덕배기부터 뚜벅뚜벅 걸어와

골목의 담장을 세워주고 지나갔다.

가까이 실뿌리처럼 금이 간

담벼락 위엔 아직 걷지 않은 빨래가

바람을 차고 오르내렸다.

나는 미로같이 얽혀 있는 골목을 나와

이정표로 서 있는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샀다.

어둠에 익숙한 이 동네에서는

몇 촉의 전구로 스스로의 몸에

불을 매달 수 있는 것일까.

점점이 피어난 저 창의 작은 불빛들

불러 모아 ㉢허물없이 잔을 돌리고 싶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건너가는 먼 불빛이었구나.

따스하게 안겨오는 환한 불빛 아래

나는 수수꽃처럼 서서 웃었다.

창밖을 보면 보일러의 연기 따라 별들이

늙은 은행나무 가지 사이마다 내려와

불씨 하나씩 달고 있었다.

- 윤성택, 「산동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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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는 행의 종결에 변화를 주어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② (나)는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③ (가)는 대화체, (나)는 독백체의 어조를 사용하여 시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④ (가), (나)는 모두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산문적 진술에 리듬감을 주고 있다.

⑤ (가), (나)는 모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상이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32. (가)를 영상물로 제작하고자 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적절한 것은?

① 1연 :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산촌 사람의 뒷모습을 화자가 멀찍이 강기슭에서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담아낸다.

② 2연 : 봉당에 불을 환하게 밝힌 집에 노루가 찾아들고, 창문에 불빛이 비치는 장면을 보여 준다.

③ 3연 : 바람이 부는 날에 처마에서 날아오르는 한 무리의 새떼를 바라보는 노인의 모습을 그린다.

④ 4연 : 노인의 힘없는 기침소리가 그치고 난 뒤, 귀뚜라미 떼의 울음소리를 점점 크게 들리게 한다.

⑤ 5연 : 눈 내리는 적막한 새벽녘에 창호지 문살 사이로 여명이 밝아오는 장면을 묘사한다.

 

33.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 보 기 >

이 시는 의미 구조상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자가 대상을 관찰하는 부분, 대상에 대한 화자의 정서 및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부분, 깨달음을 바탕으로 시적 공간을 재인식하는 부분 등이다.

① ㉠에는 화자가 관찰하고 있는 대상인 산동네의 정경이 드러난다.

② ㉡에는 산동네에서의 생활을 익숙하게 받아들여 안주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③ ㉢에는 산동네 사람들을 향한 화자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난다.

④ ㉣에는 자신을 타인과 연결된 존재로 인식하는 화자의 깨달음이 드러난다.

⑤ ㉤에는 새로운 시선으로 산동네에서 희망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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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해설]

(가) <출전> 박용래, 「월훈」

개관 : 이 시는 적막한 깊은 산속 외딴집에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겨울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와 ‘월훈’ 등을 소재로 표현한 작품이다.


(나) <출전> 윤성택, 「산동네의 밤」

개관 : 이 시는 겨울 산동네의 밤 풍경을 관찰하여 가난하고 힘든 삶 속에서 이웃과의 유대감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있는 작품이다.


31. [출제의도] 표현상의 특징 파악하기

(나)는 ‘따스하게 안겨오는’ 등의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고단한 산동네의 삶과 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따뜻한 시선을 강조하여 드러내고 있다. / ① (가)에서 공간적 배경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명사형과 서술형으로 행의 종결에 변화를 주었으나 그것이 화자의 정서가 변화하는 것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화자는 장면을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③ (가)와 (나)는 모두 독백적 어조를 사용하고 있다. ④ (가)에는 동일한 시구가 반복되고 있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⑤ (가), (나) 모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상이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대상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32. [출제의도] 시의 상황 이해하기

4연에서 노인의 밭은기침 소리가 사라지면 노인을 대신하여 겨울 귀뚜라미가 벽 속에서 울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는 장면을 제시할 수 있다. / ① 이 시의 화자는 표면에 나타나지 않으며, 노인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② ‘노루꼬리’는 해가 짧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③ ‘바람도 없는데’라는 구절을 통해 ‘바람이 부는 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노인은 집 안에서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 실제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⑤ ‘여명’은 희미하게 날이 밝아오며 비치는 빛을 의미한다. 시의 시간적 배경은 밤이다.


33. [출제의도] 시구의 의미 파악하기

㉡ ‘어둠에 익숙한 이 동네’는 산동네의 삶이 ‘어둠’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산동네 사람들의 힘든 현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은 화자의 안주하는 삶의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없다. / ① ㉠은 화자가 대상인 산동네를 관찰하는 부분이다. ③ ㉢은 ‘허물없이’ 산동네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④ ㉣은 화자가 자신을 ‘누군가에게 건너가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긍정적 존재임을 깨닫는 대목이다. ⑤ ㉤은 ‘불씨’를 달고 있는 산동네의 모습으로, 화자가 새로운 시선으로 산동네를 바라보며 희망을 발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답]

31번 문제 -->2번

32번 문제 -->4번

33번 문제 -->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