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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99.9 - 신지혜 시인 단평

2005.08.24 09:24

윤성택 조회 수:4616 추천:100




                FM 99.9

        육십 촉 전구가 긴 하품처럼 흔들린다
        목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골목 어귀 바람은
        기댄 리어카 헛바퀴로 다이얼을 맞춘다  
        주파수를 잃은 낙엽이 쓸려간 후미진 끝
        별들의 수신음이 가득하다 별과 별
        이어보는 별자리는 전선으로 잇댄 회로,
        때로 ON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렷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들,
        막막한 어둠 속에서 채널을 갖는다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듣는 이들은
        서로를 잇대며 이룬 외로운 기지국이다
        붉은 막대채널 같은 가로등이 길 위를
        밀려가고 가끔 개 짖는 소리가 잡힌다
        거미줄은 스피커처럼 웅웅거린다
        배달오토바이가 LP판 소릿골을 긁으며
        좁은 골목을 돌아 나온다 불빛에 꽂혀진
        사소한 소음도 이제는 모두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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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다이얼을 돌려보라.
거기 깊은 어둠속에 켜진 FM 방송의 주파수가 잡히리라. 이 골목속의 풍경들은 살아서 숨쉬고 있는 생동적인 존재들이며, 세상이 방출되고 흡입되어지는 거대한 트랜지스트이다. 즉 고요하게 움직이는 존재들, 사소로운 소음들이 여지없이 발각되어진다. 여기서 이 골목 풍경속의 사물들이 각자 소통의 채널을 지니고 세상 풍경속 존재들의 주파수를 인지하고 상호 소통되고 있으며 날카롭고 예리한 시인의 감성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ON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럿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들, 산다는 건 어쩌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불빛이라는 채널을 갖는 것이다'처럼, 이 시는 삶이란 어둠 속의 희망적 불빛을 서로 갈구하고 타전하는 방식임을 숙지시킨다. 삶이 어우러지고 들끓는 골목을 듣고 세상을 받아들이며 교류함으로서 삶 자체는 거대한 하나의 음악임을 통찰한다.
이 시는 일상의 내부를 깨우는 독특한 시선의 방식으로 독자를 단숨에 흡인한다. 통념적인 인식이 거부된 독특한 이시의 섬세한 예지력과 신축성있는 사유방식의 내구력에 의해 집중된 FM 골목 속으로 저절로 두 귀가 한껏 모아지게 한다.


- <뉴욕중앙일보>8월 22일자. 신지혜 시인 단평.

* 신지혜(智惠).  
* 서울 출생.  
*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시 당선 및,  
* < 현대시학>제5회 신인작품공모로 등단.  
* 제3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수상.  
* 현 <미동부한국문인협회>  
* 전,'시와 뉴욕' 편집위원  
* <재미시인협회>  
* <한국 문인협회>  
* 종합예술웹진 모닥불 회원.  
* <뉴욕 중앙일보>,컬럼니스트  
* 한.영 대역시집'New York Poetry' -미동부한국문인협회 간-  
* 'The Famous Poets Society' U.S.A .  
(2001) New Millennium Poet '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