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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속 나무

2001.04.03 15:10

윤성택 조회 수:1683 추천:11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들]
후둑후둑--, 주황의 포장마차 천장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소주잔이 빈 것을 친구도 알고 있었지만, 둘이서 멍하니 열려진 포장 틈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저 수많은 말줄임표들... 친구가 담뱃불을 붙이다말고 잔을 채웠습니다. "비가 오니까 자꾸 쑤신다. 추억이 결려 오나봐." 주거니 받거니 우린 그 새벽 교집합처럼 공유된 추억을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석탄을 지피며 달려가는 기관차처럼, 우린 소주 두 병으로 마음을 지피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빗속을 달렸습니다. 우산이 없었기도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빌딩 입구로 뛰어들어 가뿐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우린 서로의 몰골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건물 앞 세상을 쭈그리고 앉아 멀뚱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제가 본 것은 시멘트 바닥이 조금 패인 웅덩이였습니다. 저 빗줄기조차 이내 튀어 올라 둥근 세상을 움켜쥐는구나. 둥근 세상을 꿈꾸는구나. 떨어진 빗물의 반발력으로 바닥에 올라 서있는 방울들. 내 인생 이 바닥의 꿈은 얼마큼 세상을 움켜쥐었을까? 정지된 그 풍경 너머 저들끼리 연대하며 흔들리는 나무들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정말, 대책 없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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