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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게서 장마에게로

2005.06.22 15:28

윤성택 조회 수:883 추천:7

장마가 열도 부근에 머물고 있다는
예보를 들었습니다 잠시 머물다갈
장마겠지만 오랜 친구처럼 왠지 기다려집니다
그때가 되면 어둑한 징후가 낮은 하늘아래
펼쳐질 것이고, 나는 죽은 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죽은 시인의 시를 읽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해마다 장마철만 되면 마음에도
수위가 높아져 가끔씩 생각이 범람합니다
그렇게 흘러넘친 것들에게 때로 쓸쓸해지다가도
이내 맨홀처럼 어디론가 흘러듭니다
그렇다고 이번 장마가 오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로 얼룩진 창가
다리를 두 팔로 모아 무릎에 턱 괴어보면
들리는 빗소리, 그  파문과 파문이 겹쳐
며칠이 더 아득할 뿐이겠지요 장마가
머물고 있다는 남쪽 하늘을 생각합니다
뒤돌아 볼 때마다 구름이 생겨나는, 비가
덧칠해지는 그 우기의 나날… 그런 날
마음은 마르지 않는 빨래여도 괜찮겠습니다
장마가 이제 곧 시작입니다 그때까지
비가 와서 오도 가도 못할 어느 툇마루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장마가 열도 부근에
머물고 있다는 예보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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