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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무엇일까?

2001.04.04 18:45

윤성택 조회 수:326 추천:5

예전에 문학이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일까. 너무나 궁금하여 찾아보았었다. 결국 이런 말들을 망태기에 담아 한 자루에 넣고 생각하니, 도둑놈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문학은 과정이지 조급한 결론의 것이 아니다. 결국 모색이다. 문학이란 전달된 `언어`다. 그냥 `아름다운 문장`이다. 문학이란 한 잔씩 고통의 잔을 마시는 것이다. 가난이라는 쓴잔, 질병이라는 쓴잔, 이별이라는 쓴잔, 소망이 허물어진 절망이라는 쓴잔이다. 문학이란 고통이다. 문학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반성하는 자아를 만들기 때문이다. 문학은 별빛이다. 밤하늘의 별빛을 잃은 시대의 불행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아름다움이다. 문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결과가 아니라 그 시대가 내포하고 있는 모든 사회적 모순을 치열한 정신으로 꿰뚫어 보고 극복하려는 싸움의 기록이며 해결을 원하는 열정의 표현이다. 문학은 증언의 기록이다. 꺼질 줄 모르는 불길처럼 살아있어 동력으로 작동한다. 문학은 더운 상징이다. 멋진 말의 수사도 아니고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힘찬 구호도 아니고 그냥 뜨거운 하나의 사건이다. 문학은 그럴듯한 내용에다가 그럴듯한 형식의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침전된 내용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을 따름이다. 문학은 써먹을 수 없다.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은 권력의 지름길도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은 억압하지 않으므로 그 원초적인 느낌의 단계는 감각적 쾌락을 동반한다. 문학은 동시에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문학은 꿈이다. 몽산의 소산이다. 문학은 꿈과 현실의 거리를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드러낸다. 문학은 삶의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다. 무엇인가 꽉찬 삶, 그것이 견딜 수 없게 넘칠 때 터져나오는 감탄이 문학이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문학 속에서 되풀이되며 운명의 한 지점으로 살아 있다. 문학은 마약이다. 혹은 백옥빛으로 메마르게 번쩍거리며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불태우는 청산가리의 유혹이다. 문학처럼 가벼운 것도 세상에 없다. 문학은 종이에다 펜으로만 가능하며 어떤 차별이나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학처럼 처절하며 무서운 일은 세상에 다시없다. 문학은 평생을 정진해도 끝나거나 완성되지 않는 형벌이요, 목숨을 바친다해도 그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까마득한 것이다. 문학은 `무엇이 되기`와 `무엇을 얻기`로는 성립할 수 없는 잔인한 그 무엇이다. 문학은 그 앞에 허욕을 버리고 가난한 자신을 모두 바치는 자에게만 역사의 월계관을 씌우는 잔인한 예술이다. 어찌 보면 문학은 과학기술 발달로 천박한 소비문화의 탈문자화 시대에 밀린 주변인이다. 머지않아 문학이 비밀 결사처럼 읽힐지도 모른다. 문학은 그런 리얼리즘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