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절정 - 함성호

2011.04.25 17:18

윤성택 조회 수:4056 추천:157


《키르티무카》/ 함성호 (1990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 《문학과지성 시인선》388

          절정

        돌보지 않아도 피어나는구나
        봄비 내리는 오후
        절음발이 비둘기들의 초췌
        물오른 어린잎들의
        칼날 같은 끝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아름다움은 어디로 가는가?
        무화과의 달콤함
        젖은 꽃잎의 부드러움
        다시 보러갔던 그 산수유나무

        글쎄,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무슨 소용인가
        몸은 습관만 알아보고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한곳에만 있네

        젖을수록 더 붉고, 더 부드러운 꽃
        너의 은밀함
        덮쳐오는 물그림자처럼
        치명적으로 하강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다


[감상]
절정에 이르는 풍경이 마음 속에서 짙어집니다. 바쁜 일상에서 이렇게 주위 자연의 풍경을 돌아보게 될 때면 정말 ‘또 한 시절이 가는구나’ 싶습니다. 글쎄 세상의 아름다움은 다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에 살아가는 우리는 또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문득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꽃이 더 붉고 아름답듯, 지금 이 현실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너’의 느낌은 이렇게 도저히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木도장 - 손택수 2001.06.01 1536 350
1190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0 337
1189 우체통 - 이진명 2001.04.11 2537 334
1188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7 332
1187 넝쿨장미 - 신수현 [1] 2001.04.07 2043 332
1186 ㅎ 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2001.04.24 1667 331
1185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184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 허수경 2001.04.16 2124 327
1183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2171 327
1182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2001.06.28 1649 325
1181 전망 좋은 방 - 장경복 2001.04.23 1888 325
1180 백신의 도시, 백신의 서울 - 함민복 2001.05.17 1379 324
1179 간이역 - 김선우 [2] 2001.04.17 2216 324
1178 우울한 샹송 - 이수익 2001.04.13 1876 324
1177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4 322
1176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8 321
1175 펜 노동자의 일기 - 이윤택 2001.04.26 1661 321
1174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522 319
1173 장화홍련 - 최두석 2001.04.30 1499 319
1172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3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