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오래오래》 / 김윤선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문학의전당 65. 요가시집
아코디언 연주자
- 고양이 자세
꽃들이 피다 만 밤
서쪽 하늘의 별이 된 공원의 늙은 악사,
그를 따르던 100마리의 고양이들이
긴 긴 밤의 강을 건너옵니다
등으로 켜는 아코디언,
꼬리뼈 끝부터 시작되는 첫 음에서
목과 정수리로 이어지는 끝 음까지
생기 넘쳐나는 척추의 연주
자목련 위에 늙은 별 하나
반짝반짝 온몸으로 박수 칩니다
[감상]
별빛이 어슴푸레 강에 비춰지는 밤, 고양들이 강을 건넙니다. 고양이는 강물 위로 등과 눈을 내민 채 아코디언처럼 움직입니다. 그러자 비로소 그 풍경이 음악이 됩니다. ‘등으로 켜는 아코디언’. 근육과 인대로 부드럽게 척추 뼈 한 마디 한마디가 움직이는 과정이 연주인 것입니다. 이 시집은 요가시집으로 되어 있는데, 요가는 산스크리스트어로 ‘결합’을 의미하며 기원전 인도에서 시작된 종교적 수련이라고 합니다. 언어를 몸으로 명상케 하는 독특한 시들이 ‘가만히 오래오래’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