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열대야

2013.08.05 11:23

윤성택 조회 수:171

밤이 열이 많으면 生도 잠시 빙점에 나타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오랜 날이 지나면 추억에도 열대야가 있다. 이날은 갇혔던 생각 속으로 과거의 밀도가 차올라, 형체가 만들어진다. 차가운 얼음을 깨무는 밤은 그래서 아리다. 잠 못 드는 이 밤이 어느 날 부피의 결핍이듯.

나는 아직도 밤이 일생을 다운로드 하는 버퍼링(buffering)이라 생각한다. 밤새 침대에서 전송과 충전을 마친 사람은 생생하게 낮을 저장한다. 그러나 한 번도 폴더에 들지 않는 인연이 어느 날 나를 다운시키기도 한다. 뻑 나듯 현실이 둔기가 되는 날, 전원을 켜둔다. 그때는 인생이 한 여름밤이다.

아무 말 마시라. 나는 지금 이 밤의 온도를 얼음 속에서 적고 있을 뿐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26
144 영화로운 2024.01.26 28
143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33
142 보랏지다 2023.12.28 43
141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46
140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64
139 소포 2023.01.18 72
138 시나리오 2023.02.24 74
137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79
136 시시때때로 2022.02.23 81
135 냉장고 2023.09.07 84
134 음악 2022.03.23 89
133 시고 시인 2021.12.01 90
132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91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92
130 허브 2021.08.25 96
129 봄 낮술 2022.04.27 101
128 이글거림 너머 2021.06.09 109
127 poemfire.com 2023.05.10 109
126 버찌 2022.06.17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