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5:48

윤성택 조회 수:1793

삶이 아름다울 때는 타인이 나를 지우는 순간이지.
매번 같은 길로 시간을 지난다고 느낄 때
여행이 문득 나를 다녀가는 것 같아.
여행에게 슬픈 것은 내가 함부로 타인이 된 것이고,
또  정말 미안한 것은 내가 극렬히 당신이 되려 했다는 것.
고백하건데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입술을 향해 대화한 건, 내가 아직도 쓸쓸히
누군가 눈 속으로 어두워지고 있다는 거.
산다는 게 때로는 강박이어서 어느
낯선 곳에 나를 부려놓고 싶어진다랄까.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않아서 누구의
누군가가 되지 않고 완전한 타인이 되었을 때
동굴 같은 눈빛이 되더라. 누가 내 안에 들어와
횟불을 켤 때, 주술처럼 나는 수천년 전 벽화로
발견 될까. 누가 그 눈에 불을 켜고 들어가 있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5 변신 file 2014.01.28 724
44 성에 file 2014.02.03 1889
43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42 무게 file 2014.03.07 742
41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40 잠들기 직전 2014.03.07 819
39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709
»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793
37 벚꽃 file 2015.04.27 1141
36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091
35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44
34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603
33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07
32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571
31 밀교 2020.03.25 469
30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42
29 폭염 2020.08.17 2588
28 태풍 2020.09.04 4662
27 후룹 2020.09.28 295
26 쐬하다 2020.11.11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