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15:38

윤성택 조회 수:90



새벽이 왔다.

낮에게 헌신했던 몸이 의자를 걸치고 앉아 있다.

이런 폼으로 쬐는 거지. 불 꺼진 거실,

흰 면티에 색 입히는 TV불빛을 비스듬히.

그러나 소리를 거세해내면 이 점멸은 가학적이다.

여러 각도에서 나는 해석되고 상상되고 재단된다.

낮 동안 타인에게 비춰진 만큼.

때가 되면 알아서 우는 냉장고처럼

나는 내 속 칸칸의 온도에 길들어져 간다.

냉장고 열고 그 안을 찬찬히 살피던

허기는 체중보다 용감했다.

그러나 오래 열어뒀다고 삑삑, 나는 신호음에

화들짝 닫는 소심은 뭔가.

캔맥주를 뜯으면 칫, 내뱉는

까까머리 치기 같은 것.

어떻게 이빨을 앙다물고 침을 뱉을 수 있나.

그걸 멋으로 알고 목 빼고 연습했던 날들이

차라리 진실했구나. 눈치껏 네. .

이 새벽은 TV를 끌줄도 몰라 내가 꺼져 줄 때까지,

리모컨이 다리를 꼰다.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15
144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22
143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45
142 영화로운 2024.01.26 27
141 보랏지다 2023.12.28 41
140 냉장고 2023.09.07 83
139 poemfire.com 2023.05.10 109
138 시나리오 2023.02.24 72
137 소포 2023.01.18 71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63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168
134 버찌 2022.06.17 114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78
132 봄 낮술 2022.04.27 97
131 시간의 갈피 2022.04.19 90
130 음악 2022.03.23 89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81
»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90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122
126 시고 시인 2021.12.01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