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빚진 게 많아서 가끔 밤도 외상이다
어쩌다 외롭고 쓸쓸한 백석 형님을 모시고
눈물 많은 용래 형님 눈 속에 앉아 있다가
새삼 재삼 형님 마음속을 저어 닿은 파주다
괘씸하게 나는 빚을 호칭에 묻어둔다
형님 누님 동생이 친척이 될 수 있었던 건,
버스에서 시집 읽는 당신을 보았기 때문
시가 무엇이더냐, 왜 너는 시시때때로 시부렁거리냐
저도 알고 싶습니다
나는 생각해본다, 근근한 생활에서 나를 길들였던 건
중학교 일기장이 일과를 적지 않고 끄적였던 그것이었다고
비로소 도망쳤다가도 문득문득 조우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라고
내가 이렇게 밤을 편애하니
밤은 내 생각을 퍼마시는 건가
숙제라고 여긴 적 없는데
생은 나를 붙들고 남으라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