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간의 갈피

2022.04.19 18:31

윤성택 조회 수:92



시간이 여행과 같다면 

추억은 그날을 기록한 노트다.

그러니 다 적을 수 없어서

여행은 추억으로 낡아간다


지나고 보면 이 여행을 위해 

시간이 행간을 비워왔다는 걸 안다


늙어간다는 건 제 안의 낱낱 페이지와 글귀가 

몸에 새겨 오는 것.


어떤 사람은 미소를 갈피에 내고

어떤 사람은 슬픔을 미간에 접어둔다


다 그렇게 시간에게서

시간에게로 지나온 필력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직도 훗날을 기다린다는 사실


늦은 밤 추억을 펼치면 

그날이 오늘에게 묻는다


꿈은 그날이 지금껏 써내려간 

길고 긴 연서였다고


한때 나였던 적이 있듯

그때 꿈이 아직도 이 봄을 써내려간다


그날이 주술관계를 바꿔주고 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신호등에 걸려 서 있다 보면 2024.03.13 37
144 글이 읽으러 기회를 만난다 2024.02.22 26
143 인생이 통속으로 취했거늘 2024.02.01 46
142 영화로운 2024.01.26 29
141 보랏지다 2023.12.28 43
140 냉장고 2023.09.07 84
139 poemfire.com 2023.05.10 109
138 시나리오 2023.02.24 74
137 소포 2023.01.18 72
136 받아 두세요 일단 2022.12.21 64
135 태내의 멀미 2022.08.09 169
134 버찌 2022.06.17 115
133 달을 깨 라면 끓이고 싶다 2022.05.24 79
132 봄 낮술 2022.04.27 101
» 시간의 갈피 2022.04.19 92
130 음악 2022.03.23 89
129 시시때때로 2022.02.23 81
128 가고 있다, 그렇게 새벽이 2022.02.12 91
127 겨울에게 쓰는 편지 2022.01.05 123
126 시고 시인 2021.12.01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