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태내의 멀미

2022.08.09 20:20

윤성택 조회 수:169

뭍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낭만이지만, 바다에서 뭍을 바라보면 멀미를 멈춰줄 간절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보트를 타고 낚시 가자던 말에 솔깃해, 따라 탔다가 삼십 분도 안 되어서 산송장으로 돌아왔다. 뱃멀미, 그것은 몸이 거부하는 착용감에 가까웠다. 그 현기증은 내 안 물의 기억이 몸을 분리해낼 때 드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배 위에서 어느 순간까지 축적해가다가 분출하듯 속을 게워내게 한다. 다들 웃고 있는 배 안에서 갑판 밖으로 머리 내밀어 토하고 있을 때, 수중(水中)은 엄마 뱃속 태아의 유영처럼 내 무의식을 불러냈으리라. 그곳에서 유배되어온 게 지금의 몸일까. 어쩌면 멀미는 근원을 일러주기 위해 나의 신경계를 소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바다를 겨우 받아들이게 되었다. 보트에서 내려 평상에 벌렁 드러누웠을 때 빙빙 도는 머릿속을 중력이 아늑하게 눌러주었다. 다시 바라본 바다, 수평선은 흔들림 없이 준엄한 기준선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바다로 간 포유류가 뭍을 바라볼 때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고래도 몇 천만 년은 뭍과 바다를 오가다가, 다시 몇 만 년이 흘러 뭍과 영영 이별하는 순간이 있었다. 퇴화된 다리를 휘저으며 마지막, 그 마지막 뭍을 바라본 눈빛. 그리고는 더 깊은 대양으로 나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숨 쉬러 수면 위로 떠올라 육지나 섬을 바라볼 때 부릅뜬 눈, 그 흰자위에 내가 비쳤다고 할까.

 

 

- <시마> 2022년 여름호 발표 산문.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태풍 2020.09.04 4662
144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2612
143 폭염 2020.08.17 2588
142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141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091
140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44
13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138 성에 file 2014.02.03 1889
137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136 상상 file 2014.01.14 1847
135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793
134 가을 file 2013.10.17 1790
133 안부 file 2013.11.26 1745
132 2014.01.07 1271
131 벚꽃 file 2015.04.27 1141
13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963
129 2009.05.23 931
128 충혈 file 2013.12.11 831
127 잠들기 직전 2014.03.07 819
126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