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마음일기 2

2008.02.02 15:02

윤성택 조회 수:426 추천:4


스무 살 무렵 겨울, 무작정 가방을 꾸리고 기차를 탔던 적이 있다.
가방 속에는 전국지도와 몇 권의 책이 있었다.
가슴 속 무언가를 어쩌지 못하고 몇 날을 병처럼 앓고 나서였다.
혼자가 된다는 것은 골목 끝 여인숙의 간판처럼 쓸쓸함을 견디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막다른 운명을 믿기로 했다.
마른 문어다리와 고추참치, 소주가 전부인 저녁 창의 시간이 삐뚤삐뚤 수첩 위로 지나갔다.
춘천, 속초, 주문진, 동해… 그렇게 며칠이 페이지처럼 무작정 넘겨졌다.
그것은 마치 전날의 일기를 지도로 한 여로 같은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식당을 찾아서 허기가 기웃거렸고,
겨우 내뱉는 말은 더듬이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나를 멀리 데려가고 싶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마음일기 1 2008.01.31 629
» 마음일기 2 2008.02.02 426
143 마음일기 3 2008.02.12 593
142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2008.11.01 242
141 창문 밖 풍경 2008.11.03 308
140 비밀 2008.11.04 234
139 드라마 2008.11.06 181
138 전기자전거 2008.11.07 239
137 우연한 회상 2008.11.08 276
136 그늘의 나무 2008.11.10 215
135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2008.11.10 346
134 영하 6도 2008.11.18 262
133 2008년 11월 20일 12시 47분 2008.11.21 257
132 사람을 이해하는 일 2008.11.26 317
131 서술 2008.12.02 240
130 불현듯 내가 2008.12.04 439
129 주말은 지나고 2008.12.15 300
128 여행 2008.12.23 539
127 포장마차 2009.01.10 327
126 비극 2009.01.21 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