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도

2013.08.28 09:01

윤성택 조회 수:322

나를 적어놓고 어두워진다. 매번 밝아질 수 없는 적막이 성냥을 쏟는다. 떨리는 손이 다른 손을 잡아 쓸쓸히 타인에 얹는다. 그저 나는 편애에 의하여 비를 몰고오는 사람. 눈물 톨이 누군가 볼에서 화르르 켜지는 것처럼. 구름의 면에는 아직 젖지 않은 황황(皇皇)이 가득해 가끔씩 生에 번개가 친다. 알전구를 쥐고 소켓에 돌릴 때 두려움 끝에 닿는 촉감. 그 첫 온기가 내내 한 사람을 밝게 한다면, 나는 누가 돌려 켠 플러그일까 싶은 밤. 당신이 계통을 벗어나 어느 호흡기에서 나를 끈 후, 불현듯 환해지는 이곳은 기도 속이다. 우는 사람은 지금 어딘가에 불을 켜는 것이다. 그 보름의 문장을 음예(陰翳)에서 태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104 무게 file 2014.03.07 742
103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102 성에 file 2014.02.03 1889
101 변신 file 2014.01.28 724
100 상상 file 2014.01.14 1847
9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98 2014.01.07 1270
97 거래 file 2013.12.31 432
96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95 철(撤) file 2013.12.19 747
94 7cm 눈 file 2013.12.16 709
93 충혈 file 2013.12.11 831
92 한 사람 file 2013.12.10 633
91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2612
90 안부 file 2013.11.26 1745
89 그대 생각 file 2013.10.25 521
88 가을 file 2013.10.17 1790
87 一泊 2013.10.10 461
86 2013.09.25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