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도

2013.08.31 21:52

윤성택 조회 수:265

비를 바라보는 것보다 비를 기다리는 것이 더 감도가 좋다. 여행 중인 사람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걸지 못하는 전화번호처럼. 가본 적 없는 날이 수신하는 낯섦이라는 조도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나무 밑 그늘을 해독하려면 계절의 번역을 따라야 한다. 간이역 낡은 난간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한낮, 생활이 사소해지면 비밀이 수정되는구나 싶은. 빛바랜 간판들이 거리를 적어내고 숭숭 뚫린 블록 담장에서 밑줄을 긋는다. 여기서 한 사람이 청바지 속으로 자랐다. 그리고 그 청바지 자락을 찢고 맨살이 철사에 긁혀 갔다. 까끌까끌한 추억에 카메라 감도를 높이면 구름의 역사(驛舍)에 가을이 머문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104 무게 file 2014.03.07 742
103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102 성에 file 2014.02.03 1889
101 변신 file 2014.01.28 724
100 상상 file 2014.01.14 1847
9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98 2014.01.07 1270
97 거래 file 2013.12.31 432
96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95 철(撤) file 2013.12.19 747
94 7cm 눈 file 2013.12.16 709
93 충혈 file 2013.12.11 831
92 한 사람 file 2013.12.10 633
91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2612
90 안부 file 2013.11.26 1745
89 그대 생각 file 2013.10.25 521
88 가을 file 2013.10.17 1790
87 一泊 2013.10.10 461
86 2013.09.25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