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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나무

2008.11.10 16:59

윤성택 조회 수:215 추천:1



113동 앞 비질 중인 늙은 경비원 어깨 위 낙엽이 진다.
낙엽은 필경 남루한 나무의 생을 확신했을 것이다.
근심들을 매달고 무수한 밤을 지날 때마다
뿌리가 끌어올리려 했던 건 비극에 대한 결의가 아니었을까.
빗자루를 감싸 쥔 손의 옹이가 흔들리면서
15층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현기증 같은 그늘을 휘감는다.
돌아보면 콘크리트들만이 햇볕을 받으며 무엄하게 피었다.
나는 믿는다.
생의 균열은 저 어둡고 탁한 환멸의 무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파트 외벽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유령처럼 솟구치는 금들.
나무는 이곳에서 결연한 탄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나무가 그저 경비원을 닮고 눈물이 아파트 결로를 닮아갈 뿐.
언젠가는 주름투성이의 추억이 재개발되기 위해서
광포한 세월을 지나야 했다는 걸
악착같이 버텨온 뿌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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