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민망한 것은 앞바퀴를 전기가 굴린다는 것.
헉헉거리다가 오른쪽 핸들을 슬쩍 비틀어보면
몸은 어디든 배달 중인 짐짝이 되곤 한다.
한계를 깨닫기도 전에 찾아오는 이 속도는
종종 습관으로 접어든다. 그 언덕에서 어?
내가 페달을 구르지 않고 있군.
페달과 전기의 힘을 오가며 숭배하듯
두 핸들을 잡은 채 몇 번이고 절을 하는 풍경.
나는 이 요행이 너무 가벼워 계면쩍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모든 길이 휘발유처럼 검지 않다는 사실.
한동안 나는 시간을 변속하는 데에만 몰두하지 않았던가.
8:2 가르마로 펼쳐지는 길 바깥의 길이 이토록 유쾌하다니.
골프장 옆 민들레병원을 지나 숲에 들어서면
몇몇 이름 모를 묘지를 지나게 되고
산의 넥타이 같은 좁은 길이 나온다.
낙엽 쌓인 그 길을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려
인가의 담장을 끼고 나는 흘러간다.
고단한 길이 갈길을 내려서 멈춘 그곳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