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숲을 걷는다

2009.01.30 21:16

윤성택 조회 수:352 추천:8



겨울 숲, 무수한 잎들이 쌓이고 적막마저 을씨년스러워
누구든 선뜻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나는 그 쓸쓸한 겨울 숲을 기억이라고 불렀다.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나무들은 고독한 개체이지만
회갈색 톤의 집단적 의식을 갖고 있다.
지금 내가 겨울 숲을 생각한다는 것은
나와 수많은 내가 하나의 영혼에서 숨 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더 많은 햇빛을 위해
간격을 의식하며 서로를 집착한다. 기억 또한
수효를 셀 수 없는 선택에서 가지를 뻗어왔으므로,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도 한때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나의 숲에서 당신의 숲을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이 겨울은 외로워서 행복하다.
딱히 피할 길이 없었다.

- 《월간에세이》 2009년 2월호. 발표詩에 붙인 시작메모.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 철(撤) file 2013.12.19 747
124 무게 file 2014.03.07 742
123 새벽 두 시 2010.03.04 732
122 변신 file 2014.01.28 724
121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120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709
119 7cm 눈 file 2013.12.16 709
118 한 사람 file 2013.12.10 633
117 마음일기 1 2008.01.31 629
116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603
115 마음일기 3 2008.02.12 593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571
113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42
112 여행 2008.12.23 539
111 그대 생각 file 2013.10.25 521
110 밀교 2020.03.25 469
109 一泊 2013.10.10 461
108 불현듯 내가 2008.12.04 439
107 거래 file 2013.12.31 432
106 마음일기 2 2008.02.02 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