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도

2013.08.28 09:01

윤성택 조회 수:322

나를 적어놓고 어두워진다. 매번 밝아질 수 없는 적막이 성냥을 쏟는다. 떨리는 손이 다른 손을 잡아 쓸쓸히 타인에 얹는다. 그저 나는 편애에 의하여 비를 몰고오는 사람. 눈물 톨이 누군가 볼에서 화르르 켜지는 것처럼. 구름의 면에는 아직 젖지 않은 황황(皇皇)이 가득해 가끔씩 生에 번개가 친다. 알전구를 쥐고 소켓에 돌릴 때 두려움 끝에 닿는 촉감. 그 첫 온기가 내내 한 사람을 밝게 한다면, 나는 누가 돌려 켠 플러그일까 싶은 밤. 당신이 계통을 벗어나 어느 호흡기에서 나를 끈 후, 불현듯 환해지는 이곳은 기도 속이다. 우는 사람은 지금 어딘가에 불을 켜는 것이다. 그 보름의 문장을 음예(陰翳)에서 태운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5 후룹 2020.09.28 295
84 2013.09.25 295
83 구름 2009.03.18 292
82 근황이 궁금하여 2010.02.03 288
81 순수 2013.08.19 287
80 기로 2013.08.26 285
79 건널목 2013.08.22 283
78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6 2011.01.18 281
77 2010.01.18 281
76 어디에선가 본 것도 같다 2009.11.17 278
75 대리 2013.09.13 277
74 우연한 회상 2008.11.08 276
73 대피로, 바다 file 2013.04.12 274
72 붉은 버스와 눈 file 2013.02.28 270
71 2013.09.10 268
7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5 2011.01.14 267
69 감도 2013.08.31 265
68 로딩 2010.10.04 265
67 크리스마스 file 2013.01.09 264
66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7 2011.01.26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