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
오렌지 주스에 빨대를 꽂네 소용돌이가 일며 주스가 올라오고 북상한 비구름 한가운데 장대비가 꽂히네 성급한 맨홀이 벌컥벌컥 빗물을 들이켤 때, 밤을 들이마신 가로등도 힘껏 붉어지네 뾰족한 빨대 끝으로 유리잔 바닥을 더듬네 모든 결핍은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 튀어오른 빗방울이 왕관처럼 소리를 거느리네 바닥은 구름을 향해 빨대를 꽂는 것이네 빗줄기 꽂히면 꽂힐수록 구름이 삼켜지네 기울인 유리잔에서 빗소리 들려, 나 울컥인 적이 있었네 누군가 내 안까지 잠겨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