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2005.09.01 15:26

윤성택 조회 수:2317 추천:84


        로그인

        로그인된 나무에 새순이 돋고
        아이디로 꾹꾹 입력된 꽃이 핀다
        그러므로 계절이라는 사이트에
        들어설 때부터 커뮤니티는 시작된다

        시간의 약관에 동의한 나는
        태어나 로그인된 방문자, 이리저리
        흔적을 남길 때마다 기억이 스크랩된다
        누군가 잠시 나를 떠올리기라도 하면
        카운터가 올라간다
        간혹 내가 접속하고 싶은 사람,
        서로 언약한 적 없어도
        그의 패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일치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보는 이가 많아질수록 꽃은
        절정의 트래픽을 갖는다 뿌리의 한계용량에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는 이파리가
        미끄러지듯 낙하한다
        변경이 필요로 한 오류범위는 바람이다

        로그인을 했다가 로그아웃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나는 없다
        내가 사실로 존재하는 것은
        경계에 접속된 순간뿐이다
        어디에도 있는 나를
        어디에도 없게 하는 로그아웃,
        나는 태연하게 다른 곳으로 로그인된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44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9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8 56
공지 FM 99.9 2004.09.26 2425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7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5 100
» 로그인 2005.09.01 2317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62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6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3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80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5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6 55
144 동물성 모니터 secret 2005.02.28 357 24
143 별의 기억 secret 2005.02.28 782 28
142 secret 2005.02.28 601 23
141 한밤의 제우스 secret 2005.09.01 480 13
140 언제나 영화처럼 [1] secret 2005.12.11 361 7
139 스테이플러 secret 2006.02.15 9 0
138 환절기 secret 2006.02.15 16 0
137 동물원 secret 2006.02.15 12 0
136 그리운 목련 secret 2006.02.15 9 0
135 꽃 피는 시절 secret 2006.04.21 12 0
134 한강에서 고래를 보다 secret 2006.05.10 8 0
133 장마 secret 2006.05.10 10 0
132 담배 연기 secret 2006.05.10 15 0
131 추억에 들르다 secret 2006.05.10 15 0
130 접속 secret 2006.07.27 4 0
129 플라타너스 아래 secret 2006.07.27 6 0
128 시간의 이면 secret 2006.07.27 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