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탈수 오 분간

2004.06.01 11:14

윤성택 조회 수:2455 추천:100


        탈수 오 분 간

        세탁기가 아귀 맞지 않은 구석으로
        가늘게 떨며 부딪쳐왔다
        자폐증 환자처럼 벽에 머리를 찧는 것은
        내 안 엉킨 것들이 한없이 원심력을 얻기 때문,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편지는 보풀이 되어
        온 빨래에 들러붙었을 것이다 번진 마스카라,
        흐느끼는 그녀를 안고 있을 때도 그랬다
        어깨며 등 떨리는 오 분간, 상처는 그렇게
        서로 부대끼며 천천히 가벼워지는 것인지
        세탁기는 중심에서 울음을 비워내고서야
        멈췄다, 멈출 수가 있었다
        티셔츠 끝에 바지가, 남방이 엉켜 나왔다
        탁탁탁! 풀어내며 언젠가 가졌던 집착도
        이 빨래와 같았을까
        건조대에 빨래를 가지런히 널다가
        조금씩 해져가거나 바래가는 게
        너이거나 나이거나 세상 오 분간이라는 것
        햇살 아래 서서 나는, 한참 동안
        젖어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46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9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8 56
공지 FM 99.9 2004.09.26 2426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7 125
»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5 100
공지 로그인 2005.09.01 2317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62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6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6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80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5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6 55
67 공터공화국 secret 2004.05.31 314 13
66 타다만 사진 secret 2004.05.30 320 10
65 트럭과 고양이 secret 2004.02.21 333 16
64 담장과 나무의 관계 secret 2004.03.15 351 13
63 동물성 모니터 secret 2005.02.28 357 24
62 언제나 영화처럼 [1] secret 2005.12.11 361 7
61 갈대 secret 2004.02.25 370 15
60 Buy the way secret 2004.06.09 388 11
59 포장마차에 들고 싶다 secret 2004.06.02 392 10
58 밤의 러닝머신 secret 2004.06.14 408 11
57 빙판길 secret 2004.03.04 417 15
56 창고 속 우주 secret 2004.02.20 420 32
55 술잔의 지문 secret 2004.04.27 469 19
54 한밤의 제우스 secret 2005.09.01 480 13
53 아파트나무 secret 2004.02.26 493 19
52 어떤 수화 secret 2003.09.18 497 29
51 외출 secret 2004.03.07 499 21
50 봄, 전류학 개론 secret 2003.04.18 503 25
49 양산리 四季 secret 2002.10.06 525 20
48 낚시論 secret 2004.06.07 55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