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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수 오 분간

2004.06.01 11:14

윤성택 조회 수:2559 추천:100


        탈수 오 분 간

        세탁기가 아귀 맞지 않은 구석으로
        가늘게 떨며 부딪쳐왔다
        자폐증 환자처럼 벽에 머리를 찧는 것은
        내 안 엉킨 것들이 한없이 원심력을 얻기 때문,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편지는 보풀이 되어
        온 빨래에 들러붙었을 것이다 번진 마스카라,
        흐느끼는 그녀를 안고 있을 때도 그랬다
        어깨며 등 떨리는 오 분간, 상처는 그렇게
        서로 부대끼며 천천히 가벼워지는 것인지
        세탁기는 중심에서 울음을 비워내고서야
        멈췄다, 멈출 수가 있었다
        티셔츠 끝에 바지가, 남방이 엉켜 나왔다
        탁탁탁! 풀어내며 언젠가 가졌던 집착도
        이 빨래와 같았을까
        건조대에 빨래를 가지런히 널다가
        조금씩 해져가거나 바래가는 게
        너이거나 나이거나 세상 오 분간이라는 것
        햇살 아래 서서 나는, 한참 동안
        젖어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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