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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17:10

윤성택 조회 수:2760 추천:125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다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고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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