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시 [폐차장 근처] 시집 中
나무의 내력(來歷)
박남희
신神은 흙을 창조하고 그 위에 나무를 창조하였다 나무는 흙 속에 뿌리를 박고 흙이 전해주는 육체의 소리를 들었다 흙은 나무에게 나무가 알지 못하는 나무의 내력을 이야기해주었다
본래 나무는 종鐘이었다
밖으로 나오려는 울음을 감추기 위해
무수한 고통의 이파리들을 푸드덕거리던 종이었다
그러다가 종은 제 안의 울음을 견디지 못하고
역사책이 되었다 그 때부터 나무는
흘러가는 모든 것들을 몸 안에 가두고
시간의 물관부 사이에
나란히 배열시키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책 속의 역사는 수시로 요동했다
그리하여 나무는
모든 흔들리는 것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이 땅의 중심에 붙잡아 놓기 위해
흙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나무의 뿌리는 본질적으로 불온했다
뿌리는 흙 밖으로 제 몸을 뻗어
흙이 들려주었던 제 안의 이야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는 메아리는
그렇게 생겨났다
나무는 종이다 키크는 울음이다 시냇물을 거느린 역사책이다 뿌리가 아픈 바람이다 더구나 불온한 시인인 나무는 허공을 향하여 끝없이 손을 흔드는 제어불능의 상상력이다 밤마다 그녀를 생각하며 보름달을 품에 안고 뒹굴던 그 나무는……
[감상]
나무에게 다른 이름, 다른 의미, 다른 역할을 주게 한 시입니다. 시인의 상상력은 나무가 하나의 책이며, 아버지가 됩니다. 직관 하나만으로도 이처럼 설득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랄 따름입니다. 당신의 나무에게도 이름을 지어 주세요.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이 떨오랐습니다.
인간의 '즉흥적 상상력이 곧 시의 창작이다'라는,,,
전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부터 詩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