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월간<현대시학>등단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 당선
넝쿨장미
배가 고파
네가 준 방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식지 않은 향기가 뚝뚝 넘쳐 나지만
너를 송두리째 틀어쥐고 싶어
자꾸만 배가 고파
나는 뻗어가
손톱이 겁도 없이 마구 돋아
너는 내 몸을 꽃피우고 다시
잎 지우고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
아직 가시 남았을 때
뿌리 거두어 줘
손톱 자르고 싶어
속속들이 열어봐야 직성이 풀릴거라구
무엇이던 밀어내고 말거라구
네 안 방방곡곡 그래 만발하고 싶어
내겐 낯선 어둠 같은 것
먹히고 싶어
[감상]
첫 문장부터 욕구에 대한 '싶다'투가 인상적입니다. 아무래도 시가 욕망의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더더욱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장미넝쿨이 뻗어 가는 것을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참신한 발상으로 보이는군요. 먹히고 싶다, 이 얼마나 발칙한 아름다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