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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산동네 - 이재무

2001.05.08 10:09

윤성택 조회 수:1695 추천:250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이재무/ 문학과 지성사


          마포 산동네
              

        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너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감상]
이렇게 따뜻한 시 한 편이라면 어떤 아픈 추억도 견딜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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