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이재무/ 문학과 지성사
마포 산동네
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너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감상]
이렇게 따뜻한 시 한 편이라면 어떤 아픈 추억도 견딜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