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부서진 활주로 - 이하석

2001.05.12 13:36

윤성택 조회 수:1287 추천:266

비밀/ 이하석/ 미래사


        부서진 활주로
                        
               

        활주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 풀들
        솟아오르고, 나무도 없는 넓은 아스팔트에는
        흰 페인트로 횡단로 그어져 있다. 구겨진 표지판 밑
        그인 화살표 이지러진 채, 무한한 곳
        가리키게 놓아두고.

        방독면 부서져 활주로변 풀덤불 속에
        누워 있다 .쥐들 그 속 들락거리고
        개스처럼 이따금 먼지 덮인다. 완강한 철조망에 싸여
        부서진 총기와 방독면은 부패되어간다.        
        풀뿌리가 그것들 떠밀고 흙 속으로 당기며,
        타임지와 팔팔 담배갑과 은종이들은 바래어
        바람에 날아가기도 하고, 철조망에 걸려
        찢어지기도 한다, 구름처럼
        우울한 얼굴을 한 채.

        타이어 조각들의 구멍 속으로
        하늘은 노오랗다. 마지막 비행기가 문득
        끌고 가버린 하늘.



[감상]
버려진 활주로의 정경이 한눈에 선합니다. 이런 짧은 묘사만으로도 부서진 활주로에 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전쟁이 휩쓸고 간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정적이 휩싸인 활주로에 타이어 조각 구멍 속으로 내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51 길에 관한 독서 - 이문재 2001.07.19 1576 291
1150 자미원민들레 - 이향지 2001.04.27 1576 291
1149 여자들 - 김유선 2001.04.21 1865 291
1148 낙타 - 김충규 [1] 2001.04.04 2000 288
1147 중독 - 조말선 2001.07.05 1619 288
1146 이별 - 정양 2006.03.02 2542 287
1145 지푸라기 허공 - 나희덕 2001.06.20 1518 287
1144 가을산 - 안도현 2001.09.27 2816 286
1143 민들레 - 이윤학 2001.06.13 1804 285
1142 맑은 날 - 김선우 2001.04.18 2227 284
1141 제기동 블루스·1 - 강연호 [2] 2001.04.10 1801 283
1140 연애 - 안도현 2001.04.20 2280 282
1139 꽃피는 아버지 - 박종명 [4] 2001.04.03 3086 281
1138 그린 듯이 앉아 있는 풍경 - 박형준 2001.06.18 1535 280
1137 정기구독 목록 - 최갑수 [1] 2001.04.10 1881 280
1136 꿈 101 - 김점용 2001.07.06 1619 279
1135 꿈의 잠언 - 배용제 2001.05.16 1534 278
1134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 김중식 [1] 2001.05.02 1827 278
1133 가로등 - 한혜영 [1] 2006.03.27 2384 277
1132 폭설 - 박진성 2001.06.04 1473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