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린 - 구광본

2001.05.14 15:53

윤성택 조회 수:1373 추천:266

강/ 구강본/ 민음사


        기린
                
                                        

        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
        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그렸다
        너의 기린이 점점 형체를 갖추면서
        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따먹으며
        너의 붓끝에 사로잡히는 동안에도
        나의 기린은 점점 자라 화폭을 뚫고
        이젤을 넘어뜨리곤 시멘트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감상]
1987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시집입니다. 기린에 관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가끔 이런 살아 숨쉬는 표현을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이 시는 다시 읽어도 시선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출중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木도장 - 손택수 2001.06.01 1537 350
1190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1 337
1189 우체통 - 이진명 2001.04.11 2539 334
1188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8 332
1187 넝쿨장미 - 신수현 [1] 2001.04.07 2047 332
1186 ㅎ 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2001.04.24 1668 331
1185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2 327
1184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 허수경 2001.04.16 2126 327
1183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2172 327
1182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2001.06.28 1650 325
1181 전망 좋은 방 - 장경복 2001.04.23 1889 325
1180 백신의 도시, 백신의 서울 - 함민복 2001.05.17 1380 324
1179 간이역 - 김선우 [2] 2001.04.17 2218 324
1178 우울한 샹송 - 이수익 2001.04.13 1876 324
1177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5 322
1176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9 321
1175 펜 노동자의 일기 - 이윤택 2001.04.26 1661 321
1174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524 319
1173 장화홍련 - 최두석 2001.04.30 1504 319
1172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5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