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랑니 - 고두현

2001.07.11 12:08

윤성택 조회 수:1844 추천:258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 민음사

  
     
       사랑니


        슬픔도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세상 너무 환하고 기다림 속절없어
        이제 더는 못 참겠네.
        온몸 붉디붉게 애만 타다가
        그리운 옷가지들 모두 다 벗고
        하얗게 뼈가 되어 그대에게로 가네.
        생애 가장 단단한 모습으로
        그대 빈 곳 비집고 서면
        미나리밭 논둑길 가득
        펄럭이던 봄볕 어지러워라.

        철마다 잇몸 속에서 가슴 치던 그 슬픔들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
        빛나는 뼈로 솟아 한밤내 그대 안에서
        꿈같은 몸살 앓다가
        끝내는 뿌리째 사정없이 뽑히리라는 것
        내 알지만 햇살 너무 따뜻하고
        장다리꽃 저리 눈부셔 이제 더는
        말문 못 참고 나 그대에게로 가네.



[감상]
사랑니 앓았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느낌을 이끌어내는 솜씨도 탁월하고요. "슬픔도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의 첫 행부터 그럴지도 모르겠는 걸? 이라는 공감을 끌어갑니다. 그리고 끝 부분 "햇살 너무 따뜻하고/ 장다리꽃 저리 눈부셔 이제 더는/ 말문 못 참고 나 그대에게로 가네"의 알레고리 또한 사랑의 절절함이고요. 사랑니 때문에 입도 다물지 못했던 시절, 울컥울컥 사랑도 아팠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1 떫은 생 - 윤석정 [2] 2006.02.17 1967 232
90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2001.07.02 1973 274
89 바람의 목회 - 천서봉 [4] 2005.12.01 1979 227
88 방황하는 피 - 강기원 [1] 2011.03.09 1981 127
87 희망에게 - 유영금 2007.02.12 1983 214
86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2005.11.12 1984 220
85 돌아가는 길 - 문정희 2005.11.09 1990 208
84 부재중 - 김경주 [3] 2005.06.24 1991 196
83 꽃 꿈 - 이덕규 [1] 2005.07.27 1998 222
82 낙타 - 김충규 [1] 2001.04.04 2001 288
81 빗소리 - 김영미 2005.05.11 2007 218
80 목련 - 김경주 [1] 2006.05.03 2017 214
79 2007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3] 2007.01.04 2020 160
78 빛의 모퉁이에서 - 김소연 2006.02.15 2025 228
77 어떤 그리움을 타고 너에게로 갈까 - 김경진 2001.10.19 2026 202
76 축제 - 이영식 [3] 2006.07.11 2034 247
75 나에게 기대올 때 - 고영민 [2] 2005.09.26 2038 218
74 나무의 내력(來歷) - 박남희 [2] 2001.04.04 2043 291
73 섬 - 조영민 [6] 2001.08.07 2047 256
72 넝쿨장미 - 신수현 [1] 2001.04.07 2049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