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간다』 / 허수경 / 문학과지성사
기차는 간다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감상]
이 시는 읽을수록 재미있는 시입니다. 기차와 터널, 밤꽃향기와 치자꽃향기, 남성과 여성. 이쯤의 연장선상에서 읽으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그렇지요. 은유하면 할수록 기차가 그의 것이 되고, 나는 터널이 됩니다. 추억하거니, 몸의 사랑은 그런 것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