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중앙신인문학상 당선작』/ 채향옥/ 중앙일보
헌 돈이 부푸는 이유
수금해 온 낡음낡음한 돈을 세다 만난 '이상순 침목계 돈' 하나, 둘, 셋, 넷, 다섯 합이 오만원 어쩌면 흩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을까 저희끼리 어깨동무를 했나 그 결속이 놀랍다 중얼중얼 헤아리던 숫잘랑은 팔랑 날아가 버린 지 오래 기왕에 잊어버린 셈은 잠깐 뒤로 미루고 이상순과 그의 친목계에 경의를 표한 후 아무쪼록 그들의 침목이 돈독해지기를 바래보는 것인데 뻐꾸기는 마감 시간이 다 됐다고 성화를 부린다 처음부터 다시 하나, 둘, 셋 새 돈의 빳빳한 풀기가 사라지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벙글벙글 넘어가는 낡디 낡은 헌 돈
* 굵은 글씨는 원문의 방점 표시
[감상]
가장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어떻게 새롭게 삶을 재해석 하느냐입니다. 진부한 듯 보이는 이 시가 최종심에서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아마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온정이 배어 나오는 정통적인 시쓰기가 어필된 것은 아닐는지요. 그렇다면 명백해집니다. 세상의 것들을 호기심의 눈으로 상상력을 발현시킬 것. 사물 속에서 심장이 벌떡거리는 감동을 모색할 것.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간절히 원할 것. 한번 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