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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탄에서 영월사이 - 박세현

2001.11.08 15:22

윤성택 조회 수:1137 추천:188

『정선아리랑』, 『치악산』/ 박세현/ 문학과지성사




        미탄에서 영월사이



        미탄에서 영월사이
        소나무 몇은 숨을 멈춘 채 죽어 있고
        남은 여생을 어떻게 수습할지 모르는
        잡목들이 집단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하르르 하르르 소나무 죽은 가지 위로
        주민등록증 없는 참새떼가 날아 오른다
        넋나간 영혼이, 죽은 나무의
        혼백이 참새의 무등을 타고
        미탄에서 영월사이
        生으로 휘어진 길을 돌아가는데
        길보다 크고 깊게 휘어지던 마음
        내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내 것이다
        미탄에서 영월사이
        싱겁게 터져버린 마음을 골짜기에 던지고 나니
        마음 빠져나간 자리만큼 가벼워지더라



[감상]
겨울을 느끼나 봅니다. 전체적인 서정이 아름답습니다. 자꾸 시선이 머무는 것이 이런 시들 뿐이군요. 이 시는 제가 군에 있을 때 '국군수첩'에 옮겨 적었던 시입니다. 여름 즈음에 겨울이 오면 꼭 '좋은시'란에 올려야지 올려야지 했었는데, 이른 감이 있지만 내친 김에 올립니다. 아래의 황지우 시와 어울릴만한 분위기의 시입니다. "길보다 크고 깊게 휘어지던 마음/ 내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내 것이다" 부분이 겨울풍경과 어울려 전체적인 중량감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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