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따뜻한 슬픔 - 홍성란

2001.11.27 14:00

윤성택 조회 수:1676 추천:190

홍성란/ 문학사상 2001년 12월호



        따뜻한 슬픔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감상]
말이 참 이쁘지요. 잠언 같은 글귀들이 눈에 쏘옥쏙 들어옵니다. 이 시는 "문학사상" 신작시조에 들어 있던 시인데 내재율만 충실히 시조일 뿐, 외관상으로는 현대시 같군요. 인간이 진화한다면 마땅히 시도 정신문화에 기여하는 것만큼 진화한다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시를 읊든 시조를 읊든 중요한 것은 "읽히는 것"에 관한 울림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51 조용하고 시끄러운 화단 - 김애란 2001.12.11 1304 186
150 수면의 경계 - 성향숙 2001.12.10 1229 190
149 빈집 - 박진성 2001.12.05 2323 196
148 지하역 - 이기와 2001.12.04 1227 208
147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 최금진 2001.12.03 1826 207
146 정신병원으로부터 온 편지 - 유종인 2001.11.30 1267 201
145 파문 - 권혁웅 2001.11.29 1295 196
144 시간들의 종말 - 김윤배 2001.11.28 1193 202
» 따뜻한 슬픔 - 홍성란 2001.11.27 1676 190
142 거미 - 박성우 2001.11.26 1348 209
141 11월 - 이성복 2001.11.15 1478 212
140 손전등을 든 풍경 - 박경원 2001.11.14 1232 180
139 미탄에서 영월사이 - 박세현 2001.11.08 1137 188
138 12월의 숲 - 황지우 [3] 2001.11.07 1622 203
137 경계1 - 문정영 2001.11.02 1222 181
136 죽도록 사랑해서 - 김승희 2001.10.31 1740 212
135 태양과의 통화 - 이수명 [2] 2001.10.29 1341 206
134 반지 - 박상수 2001.10.26 1457 191
133 나무기저귀 - 이정록 2001.10.23 1246 203
132 어떤 그리움을 타고 너에게로 갈까 - 김경진 2001.10.19 2058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