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위한 기도』/ 남진우 / 문학과지성사
가 시
물고기는 제 몸 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감상]
그렇구나 물고기는 가시를 숨기고 있었구나. 시를 읽으면서 "가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고기는 자신이 가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마치 내가 살을 찌르며 커온 뼈들의 성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갈비뼈 촘촘한 세월을 유영하며 여기까지 흘러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