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나무의 손끝 - 신원철

2003.05.23 09:57

윤성택 조회 수:1011 추천:167

『나무의 손끝』 / 신원철 / 영언문화사  



        나무의 손끝


        풀리는 땅을 한 방울씩 빨아올리는
        그 기쁨의 표현은
        하늘을 휘휘 젓는 것
        
        심심해지면,
        봄이 근질근질 돋아 오르는 맨 팔뚝으로
        기지개 한 번 여유 있게
        켜고는
        사방을 둘러보는 싱거운 사내

        굵은 어깨로부터 갈라져 나간
        무수한 손가락들로

        바람의 치맛자락을
        슬금슬금 어루만지고 있네



[감상]
나무를 '사내'로 의인화한 시입니다. 시에 있어 의인화는 가장 시적이게 하는 키워드인데, 이 시는 의인 뿐 아니라 '싱거운 사내'라는 개성 있는 성격을 창출해냅니다. 봄의 기운과 그 안에서 자라는 나무의 가지를 손가락으로 비유하고 호기심을 느낍니다. 기실 호기심이란 따지고 보면 적극적인 삶의 관심이고 자세인 것입니다. 창밖을 보면 밑둥이 굵은 가로수들, 죄다 한쪽 팔을 시멘트 바닥 위로 뻗어 올리고 지상의 하늘을 더듬고 있는 것만 같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8 108
1110 빈 손의 기억 - 강인한 2009.11.14 927 115
1109 해바라기 - 신현정 2009.11.13 999 118
1108 가랑잎 다방 - 황학주 2009.11.11 1032 133
1107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9 139
1106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
1105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8 105
1104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2009.11.04 917 116
1103 아코디언 연주자 - 김윤선 2009.05.18 1588 124
1102 아무도 오지 않는 오후 - 고영 [2] 2009.05.07 2076 117
1101 그리운 상처 - 양현근 [1] 2009.04.23 2106 119
1100 검은 혀 - 김산옥 2009.04.21 1456 123
1099 요긴한 가방 - 천수호 2009.04.15 1473 120
1098 이 골목의 저 끝 - 정은기 2009.04.09 1782 123
1097 3월 - 최준 2009.04.01 1244 126
1096 촛불 - 류인서 2009.03.23 1464 110
1095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1094 본인은 죽었으므로 우편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김기택 2009.03.13 1231 108
1093 장미 - 박설희 2009.03.09 1737 98
1092 바닷가 저녁빛 - 박형준 2009.03.03 1317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