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하고 싶다」 / 주용일 / 2003년『시와 정신』여름호
* 『문자들의 다비식은 따뜻하다』/ 문학과경계 시인선 (신작)
욕을 하고 싶다
아이가 욕을 한다
에이 씨발놈아 개똥꼬야
아이 몸에서 욕이 새처럼 방생된다
욕이 욕답기 위해서는 소리와 함께
마음도 저렇게 몸을 빠져나가야 하리라
너무 자연스러워
나도 따라 중얼거려본다
소리가 목구멍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아이들의 맑은 눈빛은
제 몸 속의 욕을 날마다 저리
허공으로 날려보내기 때문은 아닐까
한세상 살아오며
내 속에 쌓인 무수한 욕
개 같은, 엿 같은
가래침처럼 칵 뱉어버리고 싶은 것들을
나는 방생하지 못하고 살았다
욕으로 터져 나오지 못한 소리,
불순한 것들로 꽉찬
내 몸은 끈끈한 욕덩어리다
[감상]
아이가 하는 욕에서 시인의 삶을 성찰해내는 흐름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군더더기 없이 욕을 욕답게 이해하는 사유의 깊이가 좋습니다. '에이 씨발놈아 개똥꼬야' 어린 아이가 혀를 내밀며 장난치는 풍경이 눈에 선하군요. 누구나 다 자신의 내면에 욕 하나쯤을 주머니칼처럼 숨겨 놓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욕이 화의 온도를 내려줍니까? 나는 "A 씨의 발, 조또"입니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