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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김상미

2003.08.14 14:07

윤성택 조회 수:1804 추천:161

『잡히지 않는 나비』/ 김상미/ 시작 시인선(근간)


        사랑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감상]

햇볕 잘 드는 남쪽에 그를 세우고, 화자는 굴광성 식물처럼 그에게로 젖혀집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처럼 상상력과 잇대어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어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사랑이 무엇일까, 라고 질문해온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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