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2:14

윤성택 조회 수:1185 추천:153


「어머니 날 낳으시고」/ 정일근/ 『문학과 사회』2003년 가을호


     어머니 날 낳으시고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쿨쿨 잠든 척한다,  태어나
나의 첫 거짓말은 깊이 잠든 것처럼 들숨날숨 고른 숨소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오
줌 마려워 빳빳해진 일곱 살 미운 내 고추 감출 수가 없다
  
  어머니 내가 잠 깬 것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사랑이 끝나고 밤꽃 내음 나는 어머니
내 고추 꺼내 요강에 오줌 누인다,  나는 귀찮은 듯 잠투정을 부린다,  태어나 나의 첫
연기는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잠투정을 부리는 것,  하지만 어머니 다 아신다,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 어머니 내 몸 부엌살림처럼 낱낱이 다 알고 계신다
  

[감상]
비단 요즘 시의 문제점을 시적 포즈나 허세에 있다는 말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이는 소박하고 독특한 모성의 발견은 시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시선과 지금의 화자의 시선을 넘나들며 부모님의 사랑을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라고 아름답게 마무리시킵니다. 가슴 한켠 뜨거워지는 시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91 흔적 없는 흔적 - 이민하 [1] 2003.09.23 1472 232
490 달과 함께 흘러가다 - 최금진 2003.09.19 1489 178
489 흔적 세우기 - 이위발 2003.09.18 1174 214
488 나는 불 꺼진 숲을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 고영 2003.09.16 1247 173
487 하늘우체국 - 김수우 2003.09.12 1597 172
486 쓰리 아웃 체인지 - 황병승 2003.09.08 1135 185
485 오래된 사랑 - 박수현 2003.09.05 1573 170
484 장례식장의 신데렐라 - 이지현 2003.09.04 1068 165
483 자전거포 노인 - 최을원 2003.09.03 1013 166
»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185 153
481 장마 - 김인자 [1] 2003.08.30 1202 163
480 알쏭달쏭한 소녀백과사전 / 흰벽 - 이기인 [2] 2003.08.29 1052 176
479 프리지아에게 - 송승환 [1] 2003.08.28 1164 169
478 하시시 - 안현미 2003.08.27 1163 186
477 오래된 약 - 백인덕 2003.08.26 1075 166
476 다리 마네킹 - 박설희 2003.08.22 933 164
475 오해 - 이장욱 [1] 2003.08.21 1189 178
474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1] 2003.08.18 1229 148
473 사랑 - 김상미 2003.08.14 1774 161
472 연애소설 - 전윤호 [1] 2003.08.13 1278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