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이위발/ <생각하는 시 8>, 백성출판
흔적 세우기
밤을 짜깁기하는 저녁 거미들이
작은 입자가 살아 쉼쉬는
일상적인 천정무늬까지
삼켜 버리면
도시는 잠들고
아파트의 창문은 총구되어
빛을 향해 사격을 가한다
빛이 어둠에 하나씩 소멸되자
하늘은 별들과 함께 도망치고
침묵은 살아서 꿈틀거린다
침묵은 도시를 가슴에 안고
거대한 풍선으로 부표처럼 떠돌다
돌연히 창을 뚫고 타오르고
빛줄기는 침식되어 어둠의
품속으로 파고들면
일상의 문은 열린다
[감상]
거미줄처럼 펼쳐진 도시의 그물망에서 일상의 모습이 보여지는 시입니다. 저녁 아파트 창들이 총구가 된다는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이런 도시의 호전성은 별들조차 사라지게 만들었고요. 각박하고 쓸쓸한 풍경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