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용하/ 『작가세계』2003년 가을호
인생
일 년이 지나가고
십 년이 지나가도
하루는 불굴이다
일생이 지나가도
하루는 온다
매일 보는 것들이야
쉽사리 말하지만
하늘 아래 같은 하루는 없다
생일이 아닌 하루가 어디 있을 것이며
생존기념일이 아닌 하루가 어디 있을 것인가
어제는 하루하루 늘어만 가고
내일은 하루하루 줄어만 든다
[감상]
하루는 불굴이다, 이 시가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불굴이다, 불굴. 같은 하늘이 없는 불굴, 매일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들이 나를 엄습해오더라도 불굴이다 불굴. 늦은 저녁 자유로를 따라 가로등이 제 몸의 긴 뿌리를 강물에 서서 들여다보는 그런 쓸쓸함 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