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짜는 밤」/ 정상하/ 현대시학 2003년 8월호
비단 짜는 밤
밤에 빗속을 걷는 것은
어룽지는 어둠의 날줄에 씨줄 넣기다
날줄의 생김새
도랑물 강물 바닷물의 길쭉길쭉한 씨앗
어둠 속에 눈 뜨고 있는 모든 이름들의 촘촘한 거처
씨줄의 성분
결이 거친 우울한 영혼의 올
존재의 추스를 수 없는 나약한 섬유질
가슴 속 서걱거리는 싸움소리 삿대질 삿대질
북실처럼 연속으로 들락거리는 자동차 붉은 불빛은
성근 씨줄 사이사이를 채우는 반짝이는 금속의 올들
금속의 올
씨줄이면서 매듭 없는 경쾌함
체온은 없으나 뜨거워 보임
번쩍번쩍 돋보이는 무심한 가로줄 무늬
어두운 비단의 광택을 돋움
직조 끝나고
수만 필 비단 위 풀벌레 소리
[감상]
비 오는 풍경을 비단을 짜는 방식으로 풀어낸 흐름이 이채롭습니다. 첫행 '밤에 빗속을 걷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의 몸을 바늘코로 비유, 관찰에서 그치지 않고 경험케 한다는 점도 좋고요. 씨줄과 날줄 뿐 아니라 자동차 미등을 '금속의 올'로 포함시키거나 '싸움소리 삿대질'로 환치시키는 청각적 이미지, 직조의 끝 도회지를 벗어났을 때 들리는 '풀벌레 소리'까지 곳곳에 공력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이 가을, 귀뚜라미 소리 들리는 빗속을 걸으며 나로 인해 짜여지는 비단 한 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지요.
왜 읽고나면 앞의 것은 잊어버리게 될까요,
머리 나쁜 사람은 소설 읽고, 정리하는 거,
그런 거, 죽어도 못합니다!
제발 나 그런 거 좀 안하고 살고 싶어요!
이건 다른 데서, 다른 사람한테 할 얘긴데
그냥 여기가 편해서, 좀 털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