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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장인수

2004.01.17 11:15

윤성택 조회 수:1327 추천:183

「폭설」/ 장인수/ ≪빈터≫ 2003년 동인지



        폭설

        
        하늘의 언어들이 쏟아진다
        백 리 넘어 도시에 살고 있는 애인에게
        핸드폰을 쳤다
        여기는 들판 한가운데야
        하늘의 언어들이 들판으로 쏟아져 들어 와
        무차별적이야
        어떤 차별도 없이 쏟아져
        하늘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한다는 말
        무색하구나
        저돌적으로 퍼붓는 하늘의 언어 앞에서
        사랑한다는 우리의 속삭임은
        무의미하다
        들판을 다 덮어버리고
        그칠 기미 없이
        쌓이고 또 퍼붓는 하늘의 적설량 앞에서
        지상의 모든 언어들은
        무색하다



[감상]
지금 밖은 눈이 대책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적설량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달콤한 은유입니다. 이 시는 '눈'을 '언어'로 바꿔내면서 대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게 하는군요. 아마도 사랑보다 더 큰 의미에서의 폭설이겠지요. 무색(無色)의 두 가지 의미를 '눈'의 이미지로 바꿔내는 솜씨 또한 맛깔스럽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당신을 위해서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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