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전기철/ ≪시작≫ 2003년 겨울호
캣츠
호프집 불빛이 도시의 뒷골목에 오줌을 갈기고 있는 밤, 집으로 가는 길이
자꾸 덜커덩거려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위태로운 길 위에서 청바지를 입
은 여대생이 자꾸 길을 토한다. 구겨지는 길을 걸어서 그녀에게로 간다. 손
가락을 입 속에 넣어 줄까. 그녀는 내 뺨을 때린다. 손가락은 성기보다 위험
해. 겨우 내 길로 돌아와 저쪽으로 달아나는 택시를 향해 달려가는데, 얼굴
없는 청년이 택시를 가로챈다. 청년이 남긴 욕지거리는 길을 다시 흔들어
놓는다. 여대생을 질질 끌고 가는 남학생에게 길을 묻는다. 하지만 녀석은
길을 더 흐트러 놓을 뿐이다. 시의 뒷골목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없다. 헤드
라이트 불빛에 길은 유산되고, 때 잃은 낙엽 한 장
[감상]
술로 인한 취기로 이해되는 상황쯤 될까요. 이 시는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결국 자의식에 의해 재해석되는 귀갓길을 보여줍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뮤지컬 '캣츠'인데,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잠재된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내용입니다. 낯선 행동, 낯선 해석, 낯선 스토리가 아마도 그 언저리 쯤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