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파는 사내」/ 손순미/ ≪옥수수라고 부르지마≫ 현대시학 2003 엔솔러지 中
고등어 파는 사내
저, 소금을 칠까요? 내가 지그시 눈을 감아주자 남자의 눈이 고등어
눈처럼 우울하게 빛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남자의 손등을 물결
쳐 나갔다.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끔직한 추억이, 집 나간 아내를
향해 고등어 푸른 목을 향해 칼을 내리친다.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두
고…… 남자는 노련한 검객이다. 순간, 고등어 영혼이 바다로 건너가
는 소리를 빗소리가 삼켰을 것이다.
사내는 익숙한 솜씨로 철철, 눈부신 소금을 뿌렸다. 잠깐 동안 메밀
꽃이 피는가 했다. 검은 봉지를 받아들자 사내의 생애가 훅, 풍겨 나
왔다. 바다는 하늘에 떠 있고 빗물은 소금처럼 짜다. 사내와 비 사이
에 서있는 어둠이 무겁다. 우우 어둠의 무게가 버거워 비는 다시 한
번 난전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비의 파편을 피해 처마 밑에 어둠처럼
깃든 사람들. 그때, 무기력한 눈을 미안하게 켜는 알전구가 어둠을 지
워가는 시각.
[감상]
집 나간 아내를 생각하면 우울한 생선가게 사내가 고등어를 내리치는 모습이 선합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시장의 풍경과 어울려, 고등어와 비와 하늘이 잔잔한 서정으로 보여지고요. 2연 소금을 뿌리는 것이 '메밀꽃'으로, 하늘은 바다이므로 짠 '빗물'이라고 보는 시선도 건질만한 비유입니다. 서사와 묘사, 그리고 상상력이 적절하게 안배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