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다리」/ 천수이/ ≪옥수수라고 부르지마≫ 현대시학 2003 엔솔러지 中
달의 다리
샛강 위로 달이 다리를 뻗는다
다리 아래 강물에 풀리지 않는
불빛들이 들어와 옷을 벗는다
샛강 너머 둔치의 갈대들이 붓을 들고
어둠에 제멋대로 흰 칠을 한다
다리 아래 차도로 별들이 모여든다
달려오는 흰 별들
달려가는 빨간 별들
줄서 흐르는 별에서 가솔린 냄새가 난다
다리 위로 한 여자가 천천히 걷는다
갈대들이 소리 죽여 몸을 부빈다
여자가 고개를 들어 달을 본다
여자의 다리가 길게 자라
다리를 뻗고 있는 달에 이른다
달 속 고요의 강에 다리가 뜬다
[감상]
달빛아래 강물에 비친 다리를 섬세한 이미지로 수놓았군요. 강물 속에 별들이 있다는 발상이 좋습니다. 문명의 상징인 발광체의 것들이 강물에 비치고 나서야 한 점 별빛이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강물을 들여다보는 여자. 마지막 '달 속 고요의 강에 다리가 뜬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붓 터치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눈이 참 많이 내린 설연휴 였는데 잘 보내셨지요?
전 시골을 내려가지 못하고 긴 연휴를 서울에서 보냈답니다.